Gallery M <이동엽 개인전: 깊고 넓은 색/백색 단색화의 세계>
Exhibition 전시회 2002. 6. 1. 00:11깊고 넓은 색, 백색 단색화의 세계
이동엽의 작품은‘숨쉬기(Breathing)를 백색틈새로 은유하여,
첨단 산업문화 속에서의 삶을 명상으로 이어지게 한다.
김현도:
주역에서 읽었던 흰띠를 편다. 허물이 없을 것이다.의 신선함을 이동엽 선생님의 작품에서 발견한 것 같았습니다.
이동엽:
인간이라는 존재의 문제를 본질적인 면에서 되돌아보았을 때 존재의 근원지로 생각하게 된 것이 백색이었습니다.
김현도:
사실상 선생님의 그림은 모노파라든가 미니멀리즘의 개념성보다는 동양 전래의 수묵·문인화의 정신과 유사성을 갖는 것 같습니다. 서구적 개념으로 볼 때 모더니즘 회화는 평면에서 일루젼 요소를 제거하려 했었고 그런 점에서 필연적으로 형상이랄까 형태가 사라지는 경향을 보았습니다. 선생님의 작업은 어떤 평면성을 의식하고 그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동엽:
저는 화면이라는 것을 사고의 장으로서의 공간으로 생각합니다. 전통 산수나 문인화 화면을 보았을 때, 그 여백은 여백을 남겨둠으로써 공간을 규정하지 않고, 오히려 공간을 넘어서는 무차원을 제시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을 유추할 수 있고 이 공간은 서구와는 다른 동양의 직관적 공간입니다.
또한 사이 시리즈의 수평·수직은 공간의 신체개념입니다. 그리고 수평이 물질적 구성체라면 수직은 정신적 상승체라는 조형적인 기본성이 있습니다.
김현도:
감상자 편에서 선생님 작품을 보면 백색 바탕에 붓자국이 희미하게 나타나고, 붓자국 사이에 아주 미세한 틈새가 드러나는, 기존의 그림개념과 벗어나는 면이 있습니다. 현상적으로 얘기하면 선생님이 붓질을 하시고 칠해진 색감 사이에서 나타난 그 사이가 결국은 백색의 여백이랄까. 남겨져있고 머물러 있는 공간에로 통하는 틈새같은 것이 될 수 있겠습니다.
이동엽:
세계라는 것은 드러나기도 하고 드러나지 않기도 하는 양면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작품에는 물리적인 것과 비물리적인 것 양자가 같이 드러납니다. 틈새는 양자가 맞물려있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김현도와의 대담 중 편집·발췌)
*김현도:미술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