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사유와 감성의 시대>
Exhibition 전시회 2002. 11. 7. 12:23한국현대미술의 전개 1970년대 중반 - 1980년대 중반
사유와 감성의 시대
Korean Contemporary Art from the mid-1970s to mid-1980s
Age of Philosophy and Aesthetics
2002년 11월 21일 - 2003년 2월 2일
국립현대미술관 제1, 2 전시실
사유와 감성의 시대
Korean Contemporary Art from the mid-1970s to mid-1980s
Age of Philosophy and Aesthetics
2002년 11월 21일 - 2003년 2월 2일
국립현대미술관 제1, 2 전시실
좌담회
일시 | 2002년 11월 30일(토) 14:00-16:30
장소 | 소강당
주제 | <사유와 감성의 시대>전을 통해 본 한국현대미술
토론자 | 김복영 외 4명
전시설명회
일시 | 매주 화, 목, 토, 일 14:00-15:00
장소 | 제 1,2 전시실
한국현대미술의 전개를 고찰해 보는 기획 시리즈인 <사유와 감성의 시대>전은 1950년대 중반-60년대 중반까지 한국현대미술의 태동을 보여준 <한국현대미술의 시원>전(2000)과 1960년대 중반-70년대 중반의 다양하고 역동적인 실험미술의 시기를 재현한 <전환과 역동의 시대>전(2001)에 이어, 1970년대 중반에서 1980년대 중반까지 한국현대미술의 경향과 흐름을 한국미술의 국제적 조형성과 독자적 미의식을 창출한 모노크롬 미술을 통해 가늠해 보고자 준비되었다.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이 시기는 다양하고 실험적이었던 양상들이 '모노크롬(단색화)' 회화의 집단적인 출현으로 인해 하나의 특정 양식으로 정리되어 주류 개념으로 자리를 잡고 발전해 나간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일체의 형상과 이미지를 화면에서 제거함으로써 화면의 평면적 특성을 강하게 부각시켰던 모노크롬 회화는 1970년대를 풍미한 주류 양식으로서 이는 당시 세계 미술계의 주된 경향이기도 했던 '개념미술'과 '미니멀리즘'의 한국적 수용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한국 모노크롬 미술의 정체성에 대해 이론가들은 '평면'이라는 구조적 형식과 '동양적 정신성'이라는 내용의 문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음을 밝히며, 김복영은 이를 '평면주의', 이일은 '내재적 모노크롬', 오광수는 구조로서의 '평면주의'와 정서로서의 '단색주의'라 정의를 내렸다. 또한 일보의 비평가 나카하라 유스케는 '백색 모노크롬'으로 한국적 미의식 및 정체성을 획득했다고 평하기도 하였다. 그는 백색을 우리의 정신성에 대한 표상이자 민족적 특질을 대표하는 강력한 기호로 해석한 것이다.
모노크롬 미술가들은 당시 사상적으로 노장사상에 주목하여 화면이 물질적, 감각적인 세계 너머의 무한에로 확산되는 공간을 그 속에 내포하고 있으며, 그 공간은 정신공간이면서, 자연의 생성과의 동화에서 태어나는 세계로 파악하였다. 이러한 자연에로의 회귀는 작품 창작에서 반복적인 행위를 통하여 '무위의 경지'로 나아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반복적 행위의 흔적을 남기는 방법은 작가마다 그 기법과 의도, 그리고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그들을 경향별로 묶어 보자면 우선 지지체와 일루전의 일치화를 통해 평면을 표면으로 의식함과 동시에 그린다는 표현의 차원을 무화시키는 경향으로 박장년, 김용익, 김창열, 신성희, 이동엽, 허황, 서승원, 곽인식, 이승조, 김종일, 심문섭, 김홍석, 이강소를 들 수 있겠다. 또 표면 자체의 물성을 극대화시키거나 반복되는 패턴을 통해 표면을 더욱 표면이게 하는 일군의 작가는 정상화, 정경연, 진옥선, 최상철, 윤미란, 정영렬, 한영섭, 최창홍, 윤명로이다. 반면에 안료를 지워감으로써 평면에 대한 회복과 질료릐 무화(비물질화)를 기도하는 작가로는 김기린, 최병소, 이정지, 김진석, 김응기가 대표적이다. 평면을 찢어 내든가 뚫어 입체적인 소통을 시도하거나 한지에 관심을 가지고 스며드는 수묵화의 침윤의 방법을 원용하고 있는 작가는 권영우, 하종현, 정창섭, 윤형근, 한기주다. 또한 그리기의 반복(드로잉)을 통해 평면에 대한 자각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한편 그린다는 자체의 표현성을 지워가는 경우의 작가는 박서보, 형진식, 하동철, 김한, 최명영, 홍민표, 이봉열, 이우환, 이완호, 김장섭, 이건용, 조용익을 들 수 있다.
이 작가들에게서 공통되는 점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반복적인 행위를 토대로 하여 작가가 일정의 '무위'의 상태에 접근한다는 점이며, 보는 이에게도 이러한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백색, 흑색, 무채색 중심의 단색조로 진행된 모노크롬 미술은 평면이라는 회화의 근원 조건으로 환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신성으로 접근함으로써 모노크롬은 평면이라는 '구조적 형식'과 '동양적 정신성'이라는 내용의 문제를 '반복된 행위'를 통하여 동시에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이 전시는 '평면'적 구조 형식을 '반복'의 행위를 통해 나타낸 작품들을 중심으로 당시 한국현대미술의 전개상황을 고찰하도록 기획되었다.
모노크롬 미술은 형식과 내용에서 성취해 낸 업적으로 한국현대미술사에서 '한국적 모더니즘의 태동'이라는 독자적인 어휘로 기록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의 형식주의 미학은 순수 조형으로서의 예술 내적 조건에만 천착하여 사회적 산물로서의 미술의 기능을 배제하였다는 시각으로도 접근이 가능토록 하였다. 그러나 이들이 미니멀 경향의 국제적 조형성과 더불어서 한국의 독자적 미의식 창조라는 양면의 과제를 동시에 만족시켰던 성과는 이번 전시에 참가하는 45명의 작가들의 140여 점의 작품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당시를 새롭게 보고 읽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cf.
강수정 [현대미술관연구 통권 제13집 (2002.12)] pp.95-112
강수정 [현대미술관연구 통권 제13집 (2002.12)] pp.95-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