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에 동양적 품위를 담았다" .. 이동엽씨 16일까지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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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5-05
국내 미니멀리즘의 기수 이동엽(54)씨가 지난 3일부터 서울 청담동 박영덕화랑에서 8번째 개인전을 갖고 있다.
오는 16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사이 명상"을 주제로 한 최근작 20여점이 선보이고 있다.
색과 형태를 최대한 생략하며 "사고의 장"으로서의 여백을 담아내 동양적 품위를 느끼게 하는 작품들이다.
이씨는 이우환 윤형근 박서보씨 등과 함께 70년대 국내화단에 단색화를 확산시킨 대표주자다.
그는 자신의 단색회화를 "인간을 지우는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자신의 의지를 최대한 억제하고 존재의 본질을 작품에 투영시키려 노력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작품을 물질적 평면이 아닌 자연 그 자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정신성을 담고 있는 이씨의 작품은 극도로 절제된 백색화면을 견지한 가운데 동양 전래의 수묵화와 문인화의 공간개념을 드러낸다.
작품 속에 색과 형태를 최대한 생략한채 여백은 본질을 생각하게 하는 "사고의 장"으로 남겨둔 것이다.
순백의 바탕에 보일듯 말듯한 단색을 새벽 안개처럼 아스라하게 덮어놓은 게 그의 그림의 전부다.
얼핏 보면 작품이 아닌 희한한 벽지한장이 놓여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인지 그의 개인전이 열릴때면 가끔씩 그림을 보러 전시장에 온 관람객들이 그냥 나가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초심자의 눈에는 도저히 작품으로 보이지 않기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여백에는 무궁무진한 그의 사색의 세계가 담겨있다.
색과 물질의 세계와 무와 정신의 세계를 넘나드는 존재론적 소우주로 나아가는 명상의 공간을 구축하는 것이다.
또한 수평과 수직의 틈새를 통해 대지와 생명이라는 의미를 형상화하고 있다.
그는 지난 74년 제6회 칸느 국제회화제에서 3인공동국가상을 수상했다.
80년 제7회 한국미술대상전에서 대상을 받을 정도로 국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화가다.
(02)544-8481.
< 윤기설 기자 upyks@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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